네팔 대홍수에 장애인 1만7천여 명 피해… “구호 전 과정에 장애 포용해야”
“경사로·접근 가능한 화장실 없어”… 대피소에서도 이어지는 접근성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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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SGS Landsat 9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지난 8월 26일, 네팔과 중국 국경 지대 해발 약 5,000m 고도에서 대규모 빙하가 붕괴하면서 넨데강과 보테코시 강 그리고 하류의 트리슐리(Trishuli) 강 줄기를 따라 전대미문의 대형 폭발성 홍수가 강변 마을들을 덮쳤다. 네팔 정부는 피해가 집중된 라수와(Rasuwa), 누와콧(Nuwakot), 다딩(Dhading) 등 강 하류 주요 지역을 3개월간 '위기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번 재난으로 네팔-중국 국경 도로상의 수력발전 프로젝트 10여 개, 교량 35개 이상, 마을 10여 곳이 순식간에 파괴되었으며, 피해를 입은 주민 수만 최소 6만 5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수습된 시신만 900여 구, 외국인 수백 명을 포함해 4천여 명이 넘는 이들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피해 지역 장애인 인구 1만 7천여 명…
대피·구호·보조기기 상실의 '삼중고’
특히 이번 홍수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 라수와, 누와콧, 다딩 3개 지역은 2021년 네팔 인구조사 기준 총 17,249명의 장애인이 거주하던 지역(지체장애 5,633명, 시각장애 4,675명, 청각·시청각장애 3,135명, 복합장애 1,532명 등)이다. 재난 발생 후 이들 중 상당수가 대피 과정에서 보조기기를 잃고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사진=9월 1일부터 2일까지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진행되는 국제장애인권컨퍼런스 행사에서 발언 중인 카트만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가네쉬 사무총장
카트만두 장애인자립생활센터(CIL-Kathmandu) 가네쉬 사무총장(Ganesh Bahadur Khatri) 오늘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진행되는 국제장애인권컨퍼런스에 참석해 “공식 확인된 장애인 사망자만 13명에 이르며, 53명 이상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었으나 현장의 세분화된 장애 데이터 부족으로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 그는 급박했던 네팔의 피해 장애인들이 “대부분의 대피소에 경사로나 접근 가능한 화장실이 없어 장애인의 기본적인 이동과 일상생활이 극도로 불가능한 상황”이며,“필수의약품과 휠체어 등과 같은 보조기기가 부족하며 카테터, 소변주머니, 위생용품 등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가족이나 주 돌봄제공자를 잃고 극심한 트라우마와 고립 상태에 방치된 중증장애인들의 생존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네팔장애인연맹(NFDN), 포지션 페이퍼 발표…
“인도적 구호 전 과정에 장애 포용 원칙 적용해야”
네팔장애인연맹(NFDN)은 8월 30일 공식 포지션 페이퍼(Position Paper)를 발표하고, 구호 현장에서 장애인 포용이 시급한 이유로 다음 5가지 장벽과 위기 요인을 지적했다.
1. 대피 장벽: 지체·감각·지적·심리사회적 장애인은 수어나 쉬운 말로 된 접근 가능한 경고, 안내 인력, 전용 이동 수단이 없으면 초기 대피 자체가 불가능하다.
2. 필수 지원 수단의 유실: 갑작스러운 피난 과정에서 휠체어, 목발, 보청기, 흰지팡이는 물론 의약품, 배변 용품, 카테터 등 생존과 직결된 보조제품을 잃어버려 일상이 마비되었다.
3.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구호 체계: 배급소 대기줄, 대피소, 화장실, 정보 채널, 민원창구 등에 적절한 편의가 고려되지 않아 구호품을 눈앞에 두고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4. 보호 위험 극대화: 가족·돌봄 제공자와의 분리로 인해 방치, 폭력, 착취, 자율성 상실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장애 여성과 아동, 중증장애인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실정이다.
5. 복구 과정에서의 배제: 재건 및 생계 복구 계획 수립 시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와 장애인당사자단체(OPD)의 참여가 빠진다면, 재난 이전의 차별과 장벽이 주택과 공공 인프라에 그대로 재현될 위험이 크다.
이에 따라 NFDN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제11조(위험 상황 및 인도적 위기 시 안전 보장)와 네팔 장애인권리법 제10조에 의거해 네팔 정부와 국제 인도주의 기구에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NFDN이 제시한 핵심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표준화된 장애 데이터 수집: 단순 장애인 등록 유무가 아닌, 국제 표준인 '워싱턴그룹 질문지(WG)' 등을 활용해 피해자 명단 및 대피소 등록 시 실제 기능적 지원 필요성을 정확히 조사할 것
▲접근성 있는 정보 및 구호 체계: 수어, 쉬운 말, 대문자 텍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난 정보를 제공하고, 대피소·화장실·급수시설의 물리적 접근성을 확보할 것
▲보조기술 및 의료 연속성 보장: 유실된 보조기기(휠체어, 목발 등)의 즉각적인 재제공과 필수 의약품, 재활 서비스 지원을 구호 체계 내에 즉시 포함할 것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주거지 및 공공 인프라 복구 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기준을 준수하여 재난 이전의 장벽이 다시 설치되지 않도록 할 것
네팔장애인연맹(NFDN)은 긴급 성명을 발표하며“이 어려운 시기에 피해 주민의 고통을 단순한 통계 수치로만 보지 말고 인도주의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바라봐 달라”면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조기기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모두의 공동 책무”라고 호소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 국제사회 모금 손길 이어져
사진=USGS Landsat 9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지 장애인 부부(Prem Bahadur & Maiya Tamang)가 언덕 위 자신들의 작은 집을 개방해 피난민들에게 식사와 쉬어갈 곳을 제공하는 등 따뜻한 연대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장애포럼(APDF)을 비롯한 국제 장애인권 단체들은 네팔 홍수 피해 장애인들을 위한 긴급 지원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모금된 지원금은 장애인이 포함된 홍수 피해 가구에게 음식, 식수, 의류, 필수 의약품, 배터리, 접근가능한 교통수단 등을 전달하는데 사용된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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