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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 장애인은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가

해외소식 / “구호를 넘어 장애인의 회복을 준비해야 합니다”네팔 장애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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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나 재단 네팔 Kamal Koirala 선임 매니저
 
지난 8월 26일, 네팔과 중국 국경 지대 해발 약 5,000m 고도에서 대규모 빙하가 붕괴하면서 넨데강과 보테코시 강, 하류의 트리슐리(Trishuli) 강을 따라 전대미문의 대형 폭발성 홍수가 강변 마을들을 덮쳤다. 네팔 정부는 피해가 집중된 라수와(Rasuwa), 누와콧(Nuwakot), 다딩(Dhading) 등 강 하류 주요 지역을 3개월간 ‘위기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번 재난으로 마을 10여 곳이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그러나 재난의 피해는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닥치지 않는다. <함께걸음>은 이번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네팔의 장애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카루나재단 네팔(Karuna Foundation Nepal)의 카말 코이랄라(Kamal Koirala) 선임 매니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9월 13일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장애인의 피해 규모를 보여주는 종합적인 통계가 없다”
 
Q. 현재까지 확인된 홍수 피해 규모와 장애인의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A. 이번 홍수는 전례 없는 인명 피해와 함께 주택, 도로, 교량, 수력발전시설 등 주요 기반시설에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9월 13일 기준 네팔 국가재난위험감축·관리청(NDRRMA)의 공식 재난 기록에 따르면 사망자는 1,385명, 실종자는 5,130명, 부상자는 7,655명이며 긴급 대응을 위해 2만 1,022명의 인력이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홍수로 사망·부상·대피·실종했거나 주택과 보조기기를 잃은 장애인의 수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분리된 장애 통계는 현재 없습니다. 피해가 집중된 지역의 기존 인구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라수와, 누와콧 등 홍수 피해가 큰 17개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전체 인구 37만 3,385명 가운데 약 1만 595명이 장애인으로 집계돼 있으며, 평균 장애인 비율은 2.84%입니다.
 
다만 이 수치를 이번 재난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장애인의 수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카루나 네팔은 장애인의 피해 규모와 구체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교량과 도로가 유실되면서 피해 지역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통신망 역시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현장에서는 장애인들이 여러 형태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대피 과정에서 휠체어, 목발, 흰지팡이 등 보조기기가 분실되거나 파손될 수 있고, 주택과 화장실, 도로와 교량 등 접근 가능한 기반시설이 파괴되면서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의료·재활·의약품·돌봄 체계가 중단되거나 생계수단과 자산을 잃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신속하고 장애 포용적인 피해 조사를 통해 실제로 피해를 입은 장애인의 필요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다”
 
Q. 장애 유형별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 구호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나요?
A. 카루나 네팔은 DPRP를 통해 코시(Koshi)주 전역 장애인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홍수 피해가 발생한 바그마티(Bagmati)주와 간다키(Gandaki)주의 지방자치단체에는 이와 같은 상세한 장애 유형별 데이터가 없습니다.
 
네팔에는 성별과 장애, 사회적 포용을 고려하는 재난관리 정책과 제도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과 약속을 긴급 상황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구조대가 특정 가정에 청각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면 재난 경보를 듣지 못했을 가능성을 고려하기 어렵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있다면 대피 경로에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고, 스스로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별도의 구조·이송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구호물품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휠체어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보청기나 필수 의약품,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접근하기 어려운 대피시설과 화장실 역시 장애인의 구호 접근성을 떨어뜨립니다. 장애 유형별 정보가 없다면 지방정부와 인도적 지원 주체가 필요한 자원과 지원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방정부와 재난관리 체계, 장애인 당사자 단체가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파악하고, 긴급 상황에서 그 정보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중증·중복장애인에게 대피는 생존의 문제”
 
Q. 장애 유형에 따라 특히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공통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파괴된 도로와 교량, 접근하기 어려운 대피시설과 구호물품, 중단된 의료·의약품·돌봄 서비스입니다. 특히 중증장애인, 중복장애인, 지적·심리사회적 장애인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증 뇌병변장애인이나 신체·지적장애가 중복된 사람은 가족이나 지원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적인 이동·이송 장비 없이 불어난 홍수 물을 뚫고 사람을 직접 들어 옮기는 것은 장애인과 보호자 모두에게 심각한 신체적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다치거나 실종되거나 대피하게 되면 돌봄도 중단될 수 있습니다.
 
임시대피시설의 환경도 문제입니다. 학교나 공공회관, 사원 등이 대피 시설로 활용되지만 개인적인 돌봄 공간이나 접근 가능한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적장애나 심리사회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소음과 혼잡 자체가 심각한 감각 과부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정신건강 관련 의약품이나 항간질제 등을 제때 구하지 못하면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를 넘어 회복을 준비하는 것”
 
Q. 현재 피해 장애인에게 가장 시급한 지원은 무엇입니까?
A. 즉각적인 지원은 사람들의 안전과 자립,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포용적 회복을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우선 잃어버리거나 파손된 보조기기를 신속하게 교체해야 합니다. 휠체어와 목발 등 개인에게 필요한 보조기기를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에 장애 관련 위생·보건용품도 함께 지원해야 합니다.
 
둘째, 접근 가능한 대피시설과 위생시설이 필요합니다. 안전한 이동 경로와 접근 가능한 화장실, 필요한 경우 경사로를 마련하고 개인 활동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공간도 확보해야 합니다.
 
셋째, 주거와 기반시설을 재건하는 단계에서부터 접근성을 반영해야 합니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의 원칙에 따라 적절한 출입구와 경사로, 넓은 출입문, 접근 가능한 화장실 등을 갖추고 개인별 필요에 맞는 시설을 마련해야 합니다.
 
넷째는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입니다. 장애인과 가족이 포용적인 심리적 응급처치와 심리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보건과 재활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 장애인과 장애인 당사자 단체가 회복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재난이 닥친 뒤 대응하는 것에서, 재난 전에 준비하는 것으로”
 
Q. 앞으로 국제사회는 네팔의 장애인을 위해 무엇을 지원해야 할까요?
A. 국제사회는 네팔이 현재의 사후 대응적인 접근에서 장애 포용적 재난위험경감(Disability-Inclusive Disaster Risk Reduction, DiDRR)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우선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조기경보와 대피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재난 경보를 시각, 음성, 문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또한 지방정부와 지역 재난관리 조직, 보안 인력, 서비스 제공자에게 장애 포용적인 대피와 구조, 대피시설 운영, 구호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장애인 당사자 단체는 재난 대비뿐 아니라 계획 수립과 대응, 회복, 재건의 모든 과정에 체계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고위험 시기가 오기 전에 이동보조기기와 의사소통 관련 물품을 미리 비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주택과 공공 기반시설을 재건할 때는 재난에 견딜 수 있으면서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과 네팔 사이의 협력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은 접근 가능한 기반시설과 보조공학, 재난 대비 시스템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해 왔고, 네팔은 지역사회 기반의 풀뿌리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술과 데이터 시스템이 지역사회의 관계와 지역사회 기반 대응체계,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대신 해서는 안 됩니다. 기술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진=USGS Landsat 9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한국의 연대, 포용적인 회복으로 이어지길”
 
Q. 한국의 시민사회와 장애인단체, 개인이 피해 장애인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A. 가장 효과적인 지원은 네팔 정부와 인도적 지원 파트너, OPD, 경험 있는 현지 단체와 협력해 조정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별도의 병렬적인 지원체계를 만들기보다 현재 확인된 지원 공백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접근 가능한 조기경보 시스템과 긴급대피시설, 지방정부와 OPD의 역량 강화, 장애 포용적인 재건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장애인의 학습과 의사소통을 위한 태블릿이나 스크린리더가 탑재된 휴대전화 등의 보조공학 기기를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카루나 네팔은 구체적으로 교류 방문, OPD 간 자매결연, 보조공학 또는 접근 가능한 재건을 위한 공동시범사업, 한국의 보조기기 제조업체나 재단과의 직접적인 파트너십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재정적 후원을 원한다면 투명하고 책임성이 확보된 공식 후원 경로를 이용하고, 정부 및 현지 기관과 협력해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장애인은 단순히 지원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대응과 회복의 과정을 설계하고, 실행하고, 모니터링하는 주체여야 합니다. 특히 보조기기와 보조공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관에는 네팔에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적절한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습니다.
 
[카루나재단 네팔 / karunanepal.org]
카루나재단 네팔(Karuna Foundation Nepal)은 2015년 설립된 네팔의 NGO로, 장애인이 존엄성과 동등한 기회를 바탕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활동한다. 대표적으로 네팔 정부가 주도하는 장애 예방 및 재활 프로그램(DPRP)을 운영·지원한다. DPRP는 지역사회 기반의 장애 예방·재활 사업에서 출발해 현재 코시주 137개 모든 지방정부 단위가 참여하는 정부 주도 프로그램으로 확대됐으며, 정부 예산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카루나 네팔은 과거 2015년 지진 당시 긴급구호와 재건을 지원했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의료체계 지원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번 홍수에서도 구조와 임시 수용센터 운영 등을 지원하는 한편, 피해 아동의 학교 복귀와 주택·학교 재건, 가족의 생계 회복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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